치루의 증상과 실제로 수술한 후기를 공유해봅니다.
- 치루가 뭐예요?
치루의 순 우리말은 샛길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항문 옆으로 샛길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길로 농양 등이 반복적으로 나오며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 왜 생기는 거예요?
항문에 가장 많이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치질(치핵). 치열. 치루입니다.
그중에 치루는 재발도 잘되지만 확실하게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저의 상태로 의심되는 것은 장이 워낙 약해서 잦은 설사를 하는데 이것이 의심되기는 합니다(과민성 대장증후군) 또 항문이 좁은 사람에게도 잘 생긴다고 하네요. 그 외 크론병이나 결핵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처음 치루 수술을 한 것은 15~16년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이라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어느 정도 염증이 진행되었을 때는 의자에 앉는 것도, 걸으며 허벅지를 스치는 것도, 쪼그려 앉는 것도 너무 아픈 상황이 되었을 때 겨우 피부과를 찾아갔습니다.
대략적인 설명을 했으나 부위가 부위인지라 차마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시 나와서 주변의 대장항문과를 찾아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과. 이비인후과 등은 숱하게 다녀봤지만 대장항문과는 처음이라 참으로 민망한 곳이더군요.
침대에 새우처럼 누워 최대한 무릎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으면 매우 당혹스러운 검사를 자연스럽게 진행합니다.
손으로 닿기만 해도 아픈 상황에서 선생님 표현으로는 사고로 치면 교통사고 급이라 바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지만, 수술이란 말에 급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우선 피만 뽑고 다음날 엄마와 함께 다른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역시나 동일한 말씀이셨고 처음 갔던 병원에서 응급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 하지만 좌약을 넣고 5분을 참지 못하고 관장을 했던 것과 항문이 뚫려있는 환자복을 보고 신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얼핏 기억에 남네요.
- 어떤 증상이 나타나죠?
항문농양 초기 증상으로는 항문 주변 통증, 주변이 부어오름, 발열 등이 있으며
이와 같은 증상들이 반복되고 만성이 되면서 길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또 비슷한 증상이 일어났습니다. 볼일 본 후의 뒤처리 시 약간의 아픔이 느껴지면서 농이 약간 묻어나는 것을 보고 주말 일찍 집 근처의 대장항문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상세하게 과거 이력을 기재하고 선생님과 상담을 해보니 수술 후 이후에도 몇 번 비슷한 증상이 있었을 텐데 가볍게 지나갔거나 몰랐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 몇몇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더군요. 그러면서 치루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분명 예전 수술할 때도 그와 같은 병명을 들었을 텐데.. 기억이 안 나는 것일지도…
그리고 이후 분명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단순히 항문 옆에 난 뾰루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농이 터져 나오면 이젠 터졌으니까 아물기만 하면 되겠구나 다 나았구나라고 생각하니 또 괜찮아지는 것 같았거든요.
나중에 선생님 설명을 들으니 보통 수술로 농양을 제가 하는 것이 90% 정도이고 10%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염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마치 감기나 몸살처럼 열이 나서 내과를 가는 경우도 있지만 항문까지 아프다고 하면 바로 대장항문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그대로 두면 괄약근에 손상이 올 수 있고 방치하여 심해진 경우에는 항문암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염증약이나 간단히 소독 정도 하고 나올 줄 알았는데 치료방법으로 수술을 또 해야 한다고 하니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혹시나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대장내시경을 한 지 3년이 되었기 때문에 위. 대장 내시경을 먼저 진행하고 며칠 뒤 수술을 받았습니다. 치루 수술도 척추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심전도 검사. 항문초음파 검사. 항생제 알레르기 검사 등 필요한 검사를 진행합니다.
예전에는 옆으로 누웠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엎드린 자세로 수술을 받더라고요.
하반신은 마취가 되었지만 상체는 정신이 말짱해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의 말소리도 들리나 다행히 라디오를 틀어놔서 라디오에 집중을 했습니다.
수술시간은 대략 15분여쯤 걸렸고, 수술 후 4시간쯤 지나니 완전하게 마취가 풀리어 하루 종일 먹지 못했던 물을 마실 수가 있었습니다(온몸의 마취가 풀려야 장기가 제대로 움직이고 변의 등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은 물론 물까지도 금식이더라고요)
무통주사를 연결해 두어서인지 크게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다음날 오전 7시 일반식의 아침식사를 한 후 의사 선생님의 진찰을 받고 바로 퇴원을 했습니다.
퇴원한 날부터 주말 내내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어 거의 누워서만 생활한 것 같네요.
주말까지는 누워서 생활해서 별 불편함이 없었으나 월요일부터 직장인의 생활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출혈과 진물이 좀 많이 나왔습니다.
첫날에는 폭신폭신한 방석을 깔고 앉았고 담날부터는 엉덩이가 뚫린 방석이라면 좀 더 편안할까 싶어서 사용하였습니다.
수술 후 일주일 정도가 되어 피는 거의 안 보이는 듯했으나 여전히 진물은 계속되더라고요.
처방 전약은 식이섬유와 진통제. 염증치료제등이었고 거즈를 챙겨주셨습니다.
항문에는 항문샘이 18~20개 전후로 있는데 간단하게 농양이 겉에 생긴 경우는 농양을 제거하고 수술을 진행하지만
안쪽으로 진행되었거나 부위가 넓은 경우는 2번의 걸쳐서 수술을 해야 하는 복합(복잡) 치루(1시간 이상 수술을 하고 비교적 긴 입원기간을 필요)가 됩니다.
간단한 수술에 비해 복잡 치루는 재발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을 병을 키워놓게 되면 수술도 어려워지고 이후 재발 위험성도 높아지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재발은 6개월 내에 발생하며 1년 뒤에는 재발률이 많이 떨어집니다.
- 수술 과정은요?
단순 치루. 복합(복잡) 치루. 다발성 치루인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수술 방법
1. 치루관을 절개. 절제하는 방법 (기능 보존. 높은 완치율)
2. 씨톤이라는 고무줄을 이용한 수술 방법 (괄약근의 손실 최소화)
3. 괄약근 사이에 누관을 결찰 하는 리프트 방법 (괄약근 기능 보존)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적용합니다.
- 치료 비용은요?
수술 비용은 1박 2일 입원비 포함하여 (1인실 사용) 40만 원 미만으로 나왔습니다. 그 외 거즈 및 식이섬유 구매. 처방전 약조제비 등은 별도로 들었습니다.
- 치료 후 회복기간과 주의사항은요?
수술한 부위의 살이 잘 차오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염증과 진물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거즈를 잘 갈아줍니다. 피부까지 아무는 시간은 5~6주 정도 걸린다고 하니
대략 한 달 정도는 신경을 많이 써주어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진물은 수술 후 일주일 뒤쯤 양이 적어지고 색이 옅어지며 2주에서 한 달 정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처음 한 주간은 진물이 아니라 혹시 고름이 다시 나오는 건 아닌지 피부가 썩는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냄새도 역하고 양도 많았습니다. 진물이 계속되는 경우는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합니다.
수술후 대변을 보는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힘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이 나오더라고요. 그동안은 변비였었나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처방으로 받아온 식이섬유의 역할이 큰듯합니다.
물론 여느때보다 물도 많이 마셔주었습니다.
좌욕은 약 두 달간 계속 진행합니다. 하루 2~3번, 5~10분 정도 (처음 일주일은 2~3분 정도로 짧게)
간단한 샤워 정도는 가능하나 통목욕. 비데 사용. 목욕탕. 찜질방. 수영장 등은 한 달 이후부터 합니다.
음식은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으로 먹고 인스턴트. 유제품. 매운 음식 등은 피하며 음주는 절대 금물입니다.
변을 본 후에는 물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톡톡 간단히 닦아만 주고 자연 바람 등으로 완전하게 말리면 좋습니다.
장시간의 운전. 여행. 과도한 업무. 무거운 짐 들기 등은 2차 출혈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예방방법은요?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있지 않습니다.
식이섬유와 유산균등 장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여 정상적인 배변을 볼 수 있도록 합니다.
변비와 설사를 유도하는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합니다.
아직 수술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은 상태라 일상이 조금 불편하긴 합니다.
빠르게 회복되어 다시 항문 주위가 아파지는 일이 없기를 바래봅니다.
좌욕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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