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돈키호테
저자 : 미겔 데 세르반테스
간혹 꼭 읽어봐야 할 추천 책에 돈키호테라는 책이 들어 있을 때마다 참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지 임팩트 있게 기억에 남는 내용도 없고 기승전결의 깔끔한 메시지도 아니며 현실인지 가상인지 모를듯한 애매모호한 이 책은 도대체 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요? 왜 성서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이 되었을까요? 어렸을 때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기사의 모습을 만화로 본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성인이 되어서 제대로 읽어보는 돈키호테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하여 기사의 모험담을 펼쳐 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은 사실 간단합니다. 알론소 키하노라는 노인이 중세 기사 모험담에 푹 빠진 나머지 자신을 라 만차의 돈키호테라 이름 짓고,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산쵸 판사와 함께 모험을 즐긴다는 내용입니다. 누가 봐도 정신이 좀 모자라 보이는 상황판단에 어이가 없기도 하고, 자신의 신념을 무모하게 지켜나가는 돈키호테와 투덜투덜 군소리를 해가면서도 그의 종자 역할을 하는 산쵸의 남남케미에 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만약 돈키호테와 같은 인물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의 무모함과 직진본능을 즐거움과 유쾌함만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문득 소설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서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어떻게 보면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돈키호테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사의 정신을 발휘해 세상을 구하겠다는 불가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전진하는 그의 모습에서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여행을 뒤로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꿈을 잃은 상실감과 노후로 인한 죽음을 맞이 하는 그를 보며 뭔지 모를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요.
이 책의 저자인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통해서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사회 분위기상 당시 에스파냐에 크게 유행했던 기사도 이야기의 패러디를 쓰고자 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오히려 굴곡많은 저자의 삶을 되짚어보면 유머스럽고 풍자스러운 기사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꿈을 이루고자 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저자인 세르반테스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입니다.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전투중에 가슴과 왼손에 총상을 입어 그 후유증으로 평생 왼손을 쓰지 못하였으며, 해적들을 만나 노예생활을 하는 등 평범치 않은 생활로 어려운 삶을 살았습니다. 이후 돈키호테를 출간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눈을 감을때까지 어려운 생활로 마감하였다고 합니다. 한평생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보낸 작가에게 돈키호테라는 인물은 스스로에게 어떤 위로를 주었을까 궁금해지네요.
2018년 여름 스페인을 방문하였습니다. 스페인의 남부 해변가 도시 세비야도 좋았지만 그림엽서에 나오는듯한 마드리드의 하늘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그런 한여름의 하늘에서는 어떤 이상도 꿈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드리드의 에스파냐 광장에서 돈키호테와 산쵸의 모습을 동상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본 주인공들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 같은 반가움과 친근함.
모두 “아니요”를 외치는 현실에서 “네”를 외쳤던 이상주의자 돈키호테.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대표적 대명사가 된 돈키호테.
가끔은 퍽퍽한 현실속에서 그와 같은 이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열정의 에너지를 얻곤 합니다.
그리고 엉뚱하고 황당하지만 그 이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세상은 또 한 번 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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